멀티페어링을 지원하는 '메인급' 무선 키보드는 생각보다 다양하지 않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메인급이란 데스크탑 PC에 연결해서 문서작업 뿐만 아니라 게임용으로도 쓸 수 있는 키보드를 말합니다. 게임용이라고 하면 보통 기계식 키보드를 많이 쓰는데, 무선 제품을 찾아보면 생각보다 종류가 많지 않고 이마저도 게임용으로는 적합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왜냐면 게임용 키보드는 응답속도가 빠르고 끊김이 없어야 하는데, 멀티페어링을 하려면 블루투스를 써야하고, 블루투스는 응답속도면에서 많이 불리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G613은 LIGHTSPEED라고 부르는 리시버를 이용한 무선 기술로 유선과 맞먹는 응답속도를 지원하고, 블루투스를 통한 멀티페어링도 지원해서 저처럼 데탑과 노트북 두대를 운영하거나 PC + 스마트폰 조합을 쓸 때 아주 편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키감은 보통. 저렴한 기계식보다는 낫습니다
키는 ROMER-G 라는 로지텍 자체 키 스위치를 사용합니다. 내구성이 뛰어나고 작동거리가 일반적인 기계식 스위치보다 25% 더 빠르다고 하네요. 체리 스위치 기준으로 갈축과 적축을 섞어놓은 듯한 느낌이 듭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느낌이니 참고만 하세요. 예전에 체리사에서 직접 만든 체리 적축 키보드를 썼었는데, 그것과 비스무리 하면서도 완전히 적축같이 스무스 하지는 않고 갈축의 느낌이 좀 나는 그~ 뭐랄까 그... 뭐 하여간 멤브레인 보다는 훨씬 낫고 저가형 기계식이나 어설픈 싸구려 정전용량방식 키보드보다는 키감이 괜찮습니다. 참고로 키압은 45g 입니다.
배터리는 잊고 살아도 될 정도
무선이지만 배터리 AA 두개로 18개월을 갑니다. 충전방식이 아닌 배터리 방식이라는것도 좋은데 무려 18개월을 간다니 놀랍습니다. 응답속도가 빠르다길래 배터리도 쪽쪽 빨릴줄 알았는데 꼭 그런건 아닌가봅니다.
매크로키는 잘쓰면 호, 못쓰면 불호
G613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매크로키가 따로 있다는 것입니다. 매크로키에 특수한 동작을 매핑해서 편하게 쓸 수 있습니다. 근데 이게 장점이자 단점이예요. 무의식적으로 ESC 누르다가 매크로키를 누르게됩니다. 물론 G1키를 ESC로 매핑하거나 아예 비활성화 시키면 해결됩니다. 근데 이건 소프트웨어로 컨트롤하는거고 소프트웨어는 LIGHTSPEED 리시버로 연결할때만 쓸 수 있어요. 블루투스 모드에서는 못씁니다. 이건 제가 볼때 이 제품의 가장 큰 단점이예요. 기본동작을 아무 동작을 안하게 해놨으면 문제 없을텐데 기본 동작이 F1, F2 시리즈예요. 꼼꼼하게 신경 많이 쓴 제품인데 이 부분은 참 아쉽습니다.
그나마 다행인건 생각보다 금방 적응이 돼요. 그리고 이왕 있는 매크로키 잘 활용하면 게임을 편하게 하거나 생산성을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게임에서 빠르게 이동하기 위해 SHIFT + W를 누르고 있어야 할 경우
매크로 키를 한번 눌러 SHIFT + W를 계속 누르고 있기
매크로 키를 한번 더 눌러 이 기능 끄기
같은 동작을 셋팅해놓을 수 있습니다. 잘 쓰면 정말 엄청나게 편하죠.
결론을 내리면 G613은 참 편하게 쓸수 있는 키보드 입니다. 무선이지만 배터리 걱정도 없고, 페어링 전환도 빠르고, 구성도 좋습니다. 팜레스트나 게임모드같은 편의를 위한 기능도 제공되구요. 개인적으로 이렇게 신경 많이 쓰고 배려 많은 제품을 좋아합니다. 가격도 괜찮고 큰 단점을 찾기 어렵기 때문에 구매해도 후회는 없으실 겁니다.(매크로키 그냥 뽑아놓고 써도 돼요)